• 2022. 8. 5.

    by. 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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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당 가격제는 작가의 그림이 처음 거래되는 1차 시장과 아트 인덱스처럼 그림시장의 가격 변동을 일반화하여 보여줘야 할 때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호당 가격은 전 세계 그림시장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작가의 인지도와 캔버스 크기를 기준으로 산정한 값이다. 보편적으로 화랑 전시가로 통용된다. 호당 가격제는 오늘날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의 기원이 중세 시대 길드에 소속된 장인으로부터 파생됐다는데 기반을 두어 만들어진 가격 시스템이다. 그림 가격의 차등을 개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은 작가의 손재주와 노동력, 재료비, 작업 기간이며 이러한 요소를 총괄하는 것이 작품 크기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가격구조다. 

    여기서 '호'란 그림 크기, 정밀하게 말하면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의 규격을 가리키는 용어다. 가로세로 18x14(cm)의 엽서 크기를 0호라 지칭하고, 정해진 표준 규격에 따라 호수가 매겨진다. 작품의 가로세로 호수 표준규격은 그림의 소재가 인물이냐, 일반 풍경이냐, 바다 풍경이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그림의 소재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작가 중에는 정해진 호수 크기에 맞춰 그림을 제작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실제 캔버스의 규격이 호당으로 정해진 규격과 맞지 않을 때는 가장 근접한 호수를 적용하며, 변형 및 호라 붙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30x20(cm) 크기의 풍경화는 4호 기준에 근접하기 때문에 4호 또는 변형 4호라 붙인다.

    1호 혹은 그보다 작은 크기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는 1호짜리 훨씬 큰 그림을 제작한다. 호당 가격에 따른 그림 가격이란 작가의 실제 그림 크기를 호수로 변환한 뒤, 호당 규격화된 비율을 적용해 산출한 것을 뜻한다.

    실제 작가의 작품을 예로 하여 호당 그림 가격을 산출해보자. 

    박항률 작가의 작품 호당 가격(1호 가격)은 60만 원이다. 그러나 이 작가는 실제 1호 크기의 작품은 제작하지 않는다. 적어도 10호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50호 작품의 그림 가격은 어떻게 될까?

    2007년 기준 박항률 작품의 호당 가격 = 60만원

    10호 가격=600만 원

    50호 가격=10호 가격x3.6 = 2,160만 원

    약 2,200만 원이 박항률 작가의 50호 크기 그림의 가격이 된다. 

    호당 가격은 작가마다 다르다. 작가의 호당 가격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작가의 경력과 인지도, 제작비용, 화랑의 작가 프로모션 비용, 시장 거래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와 1차 시장 간 협의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작가의 경력이란 작가의 작업 활동과 그에 대한 미술계 내부에서의 가치평가를 포괄한다. 주로 주요 미술관 전시 경력과 수상 경력, 주요 기관 소장 여부, 공신력 있는 평론가나 미술사학자들에 의해 평가된 작품성이 바탕이 된다. 작가의 경력을 확인하는 방법은 작가의 최신 개인전 도록을 살펴보거나 작가의 소속 화랑 혹은 작가에게 자료를 의뢰하는 것이다. 이전 시장 거래 기록도 호당 가격을 책정하는 데 반영된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의 경우에는 작가가 자신의 호당 가격을 책정하는 데 직접 개입하기 때문에 호당 가격이 일정하다. 이에 비해 작고 작가인 경우에는 특별히 유작을 관리하는 화랑이 있지 않다면, 호당 가격을 산정하는 기관에 따라서 격차가 날 수 있다. 

    덧붙여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도 제작 시기나 시리즈에 따라서 호당 가격이 달리 책정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이우환이다. 그의 작품 시리즈는 크게 '점', '선', '바람', '조응'으로 분류된다. 같은 크기의 작품이라도 '점' 시리즈가 가장 비싸고, 그다음은 '선', '바람', '조응' 시리즈순으로 호당 가격을 달리하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우환 작가의 <조응> 120호 그림 가격은 어떻게 될까? 2012 기준, 이우환 작가의 '조응' 시리즈는 호당 213만 원이다.

    10호 가격 = 2,130만 원

    120호 가격 = 2,130X6 = 1억 2,780만 원

    1억 2,780만 원을 반올림한 1억 3,000만 원이 그림 가격이 된다.

    하지만 그림 가격을 작품의 미학적 가치나 완성도가 아닌 단순히 캔버스 크기에 따라 결정하는 것에 회의적인 사람도 많다. 그리고 캔버스의 크기로 그림 가격을 산출하기가 불가능한 작가들도 있다. 작가마다 선호하는 캔버스의 크기가 있고, 작품이 크다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젊은 작가들은 다양한 매체,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동시에 선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림 가격을 결정하는 데 호당 가격의 개념을 적용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작품의 완성도나 작가의 작업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작품 가격을 매기는 화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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