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7. 18.

    by. 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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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손꼽히는 현대 미술 수집가인 하워드 파버는 1970년대부터 그림을 수집해왔다. 처음에는 미국 근현대 미술품을 수집했고, 이후 중국과 쿠바의 작품을 수집해 큰 수익을 거뒀다. 자신의 컬렉션으로 미술관 순회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는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아내 패트리샤와 일요일마다 전시를 보러 다니며 그림 보는 눈을 길렀어요. 미술 수집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나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작품은 화랑에서 1년 할부로 사기도 했어요. 내가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조지아 오키프, 막스 웨버 같은 미국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었죠. 1970년대니까, 그때만 해도 5,000달러면 아주 좋은 미국 근대 미술품을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 뒤부터 작품 가격이 점점 오르더니 5,000달러짜리가 5만 달러가 되고, 50만 달러가 됐습니다. 그렇게 미국 근현대 미술품으로 번 돈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 미술품을 수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왕광이, 팡리쥔, 웨민쥔, 쩡판즈, 장샤오강, 수빙, 양샤오빈 같은 작가의 작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습니다. 10년 전 2만 달러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지금은 50만 달러, 100만 달러가 넘어요." 

     

     

    국내의 숨은 유명 투자가들

     

    국내 연예인 중에서도 그림 컬렉션을 하는 이들이 꽤 있다. 한국인의 정서상 컬렉터들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름을 직접 언급할 수는 없지만, 아트페어 프리뷰나 경매장에서 낯익은 연예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가수 이정현 씨는 2012년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현해 자신의 그림 컬렉션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양한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녀는 60만 원에 산 젊은 작가의 그림이 지금 2,500만 원이 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림 컬렉션이 제테크에도 도움이 되고, 실력이 있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신인 작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쇼핑몰 창업자이자 SNS에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어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등극한 강희재 씨도 잘 알려진 10년 차 컬렉터다. 국내외 아트페어나 친분이 있는 갤러리를 통해 주로 작품을 구입한다는 그녀는 1년에 평균 200~300만원 선에서 약 서너 점 정도의 그림을 구입해왔고, 현재 약 43점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 사실 그녀의 컬렉션은 제테크가 목적은 아니다. 그녀가 그림 컬렉션을 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영감을 얻고, 그림을 활용한 인테리어 효과와 그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면, 전문가의 평가나 그림 가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그림을 구입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중에는 과거 700만 원에 산 작품이 현재 시세로 2,100만 원 정도 오른 작품도 있다. 그 외에도 그녀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대다수가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최근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수집한 작품들을 가지고 강남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전시회 개최 이유를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 10년간 그림 컬렉션을 해오면서 제 취향이 변하기도 했고, 그림을 걸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인데, 계속 사고 싶은 그림들은 늘어나서··· 새로운 작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기존 소장품 일부를 입양 보내기로 했어요." 

     

     

    국내 그림 부자들이 공개를 꺼리는 이유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지만 경매 낙찰 결과를 보면 국내 그림시장에서도 그림 컬렉션으로 큰 수익을 얻는 이들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들은 바로 현재 경매에서 지속적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며 거래되고 있는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박서보, 정상화 같은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경매에 위탁한 이들이다. 2015년에 작고한 천경자 화백의 《막은 내리고》라는 6호 작품이 2015년 가을 K옥션에서 8억 6,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의 전 소장자는 1년 전인 2014년에 5억 5,0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1년 만에 3억 원가량의 수익을 낸 것이다. 사실 이 그림을  1년 전인 2013년에 구입했다면, 3억이 아닌 5억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작품이다.

    꼭 블루칩 작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경매 추정가나 내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작품의 위탁자들 역시 대부분 성공한 그림 투자자들이다. 경매 추정가는 위탁자의 판매 희망가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세를 토대로 매겨진다. 그리고 내정가는 경매 전에 경매사와 위탁자가 합의한 낙찰 최소가를 의미한다.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위탁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를 원한다. 사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다수의 작품 위탁자들은 자신의 구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지 못한다면 그림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매회사에서는 최소한 위탁자의 판매 희망가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을 물색하게 된다. 그리고 경매에서 다시 내정가 이상으로 거래된 작품은 대부분 작품 위탁자들에게 수익으로 환원되었다고 판단하면 된다.

    국내 그림 부자들이 실명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그림시장이 의무적인 공개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그림 부자들이 실명을 공개하길 꺼리는 이유는 그림 컬렉션이 종종 로비, 재산은닉, 비자금 조성 같은 비리와 연루되기에 자칫 입방아에 오르거나 세무조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림 컬렉션이 부자들에게나 해당하는 사치스러운 취미라는 대중적 편견도 있어서, 청렴결백하고 검소한 이미지가 미덕으로 작용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의 그림 부자들이 신분 공개를 꺼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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